자폐 자녀 있다고 영주권 거부돼3만 명 온라인 청원 끝에 승인

호주 한인가족의 역전 드라마

◆자폐 아들을 둔 호주 한인 가족이 영주권 심사 탈락 후 온라인 청원운동에 힘입어 영주권을 받게 됐다. 호주 공영방송 SBS 사진

호주 케언즈(Cairns)에 거주하는 한인 가족이 자폐 진단을 받은 아이를 뒀다는 이유로 이민당국의 영주권 심사에서 탈락했지만, 3만명이 넘는 온라인 청원이 이어지면서 영주권을 받게 됐다.
10일 호주 공영방송 SBS(Special Broadcasting Service) 등에 따르면 양유진씨 가족은 2013년부터 호주에서 거주 중이다. 당시 양씨는 남편 임현신씨, 생후 3개월 된 딸과 호주에 정착했고 2014년 브리즈번의 병원에서 둘째인 성재군을 낳았다.

양씨 가족은 호주에 정착한 지 8년째인 2021년 7월 영주권 신청을 했다. 하지만 이민당국은 성재군의 자폐 진단 등 각종 의료기록을 문제 삼아 영주권 발급을 거부했다.

성재군은 2016년 말 고열의 감기로 넉 달 넘게 아팠고 천식 진단을 받았다. 또 이듬해 자폐증 진단을 받았다. 2018년에는 고열 감기의 후유증으로 귀가 잘 안 들린다는 사실도 발견해 수술도 받았다.

호주 이민법에 따르면 당국은 영주권 신청자의 건강기록을 확인한 뒤 건강상 이유로 영주권 승인을 거부할 수 있다. 사회보장으로 감당해야 하는 예상 치료비를 산정하고, 영주권 신청자가 호주에 가져다줄 이득을 따진 후 영주권 발급을 거부하는 것이다. 이 조항은 장애인 등을 부당하게 차별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양씨 가족은 호주 정부의 결정에 대해 행정 재판소에 항소했지만 지난해 7월 기각됐다.

이렇게 영주권 승인이 거부되고 항소 재판에서도 패하면서 양씨 가족은 호주를 떠날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양씨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이민장관 재량으로 영주권을 내줘야 한다는 온라인 청원운동이 일었다. 호주에서는 이민당국이 영주권 승인을 거부하고 항소 재판에서도 패하면 이민장관의 재량으로 구제받는 방법밖에 남지 않는다.

양씨는 “성재는 호주에서 태어났고, 영어가 모국어”라며 “한국으로 돌아가면 성재에게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온라인 청원운동이 시작되자 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참했다. 청원에 서명한 사람들은 “어린아이가 가져올 경제적 부담이 과대평가 됐을 수 있다”, “지난 10년간 가족이 기여한 공로와 향후 기여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런 청원에 힘입어 양씨 가족은 지난 8일 영주권을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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